상수리나무처럼 바람에 수꽃의 꽃가루가 날려 암꽃의 암술머리에 묻은 꽃을 풍매화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꿀을 빨러 온 곤충이 꽃가루를 날라다가 암술머리에 묻혀 주는 꽃을 충매화라고 한다. 충매화는 꿀이 있다는 것을 곤충에게 알리는 표시인 꽃잎이나 눈에 뜨이는 색깔의 꽃받침 또는 꽃턱잎으로 나비나 벌 따위의 곤충을 부른다. 그러나 풍매화는 눈에 뜨일 만한 꽃잎도 없고 흔히 꿀도 없다. 지구에 아직 꽃을 빨거나 꽃가루를 곤충이 나타나기 전에는 소나무나 자작나무나 상수리나무처럼 꽃가루를 바람에 날리는 풍매화식물이 많이 살았다. 옛날에 생긴 풍매화는 늘어진 이삭에 수꽃이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상수리나무와 같은 종류인 너도밤나무와 메밀잣나무와 밤나무 들의 수꽃에는 곤충이 몰려든다. 눈에 뜨이는 꽃잎은 없지만 대신에 짙은 꽃냄새와 꿀로 곤충을 부른다. 그렇지만 메밀잣밤나무와 밤나무의 암꽃에는 곤충이 오지 않는다. 또 메밀잣밤나무와 밤나무에 온 곤충의 다리에는 충매화를 찾았을 때와는 달리 꽃가루가 묻지 않는다. 어쩌면 메밀잣밤나무와 밤나무의 꽃은 꽃에 모이는 곤충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대에 풍매화에서 충매화로 진화한 맨 처음 꽃일지도 모른다. |
▲ 밤나무의 꽃가루는 꽃을 찾아온 꽃무지의 다리에 거의 묻지 않는다. 동그라미 속은 밤나무의 꽃가루이다. |
▲ 상수리나무의 꽃가루를 꿀벌의 다리에 묻혀보라도 잘 묻지 않는다. 동그라미 속은 상수리나무의 꽃가루이다. |
▲ 개양귀비꽃을 찾아온 꿀벌(위). 충배화인 개양귀비꽃의 꽃가루는 꿀벌의 다리에 잘 묻는다. |